묘한 하루다.
당연히 잘 돼야 할 작은 일들이 하나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는다.
전철은 7정거장 전에서 3대가 이어서 오고 있고
필름 맡기러 가는건데 찍은 필름을 놓고 와서 결국 다시 돌아갔다 다시 출발하고,
필름 맡기고나서 또 전철을 타고 수동렌즈 수리 맡긴 곳은 찾아가니 수리기사님이 때마침 잠시 외출 중이고.
한참 기다린 후 수리점에서 받은 렌즈는 돌아오는 길에 만져보니 하나도 수리가 안되어 있고 오히려 초점링 고무가 다 떨어져 있고.
그냥 평범하게 슉슉 마무리되어야 할 일들이 하나도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지지 않는다.
원래 수리 렌즈를 찾고 남산에 올라 사진을 찍을 예정이었었는데
수리점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그것도 무산되고,
끼니는 아직 한 끼도 먹지 못해서 신물이 올라오고 있고,
이런 날,
오늘 참 묘한 하루다.
내가 오늘의 시공간에 잠깐 뭔가 틀어져서 계속 틀어지는 시공간을 헤매고 있는 그런 느낌?
생각해 보면 사실 큰 일도 아니고 큰 문제가 되지 않는, 아주 사소한 일상의 일들이지만,
그런 날이 있다.
뭐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고 지체되기만 하는 하루.
괜히 스스로 짜증이 올라오는 하루.
오늘은 더 이상 뭘 하려 하지 말고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지어야겠다.
사진 찍으러 나와서 아무것도 안 찍고 들어가기가 그래서 돌아오는 길, 동작대교에서 잠시 한강 바람도 쐬며 사진 몇 장 찍고 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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